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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기 액티브에이징 현장학습 소감문 - 현용선
  글쓴이 : 관리자     날짜 : 17-11-21 09:51     조회 : 1096    

소풍가는 노년학생들
 현용선

   황혼이 아름다운 건 노을이 있기 때문이다. 붉게 타오르는 노을처럼 배움에 대한 열정들이 모여 고신Active-aging(활기찬 노년)아카데미는 운영된다.
  프로그램의 일부인 현장체험학습을 가는 날이다. 맑은 가을 하늘은 청량한 봉래산 공기와 더불어 여행하기 딱 좋은 날을 만들었다. 삼삼오오 짝이 되어 오는 노년의 학생들이 마치 수학여행을 가던 어린 시절을 회상케 한다. 소풍가방을 둘러메고 예쁜 모자를 쓴 노년의 여학생은 어제 보다 훨씬 더 젊고 예뻐 보인다. 참석인원을 확인한 책임과장은 안전한 출발을 위한 기도를 드린다. 동네어귀를 빠져 나가면서 안전벨트를 조이니 동행한 조교들이 간식거리를 푸짐하게 한 뭉치씩 안긴다. 노인학생들도 기분이 좋은지 얼굴은 싱글벙글 차안은 금방 웃는 소리로 활기차다. 도심을 빠져나온 버스는 제 속도를 내는가 싶더니 양산시립박물관에 멈춘다. 도착시간이 박물관 개장시간보다 빨라서 뒷산에 있는 고분군을 살피기 위해 올랐다. 수목이 울창하고 둘레가 잘 정돈되어 있었다. 언덕을 올라 고분을 살펴보고 내려오면서 총무여학생과 인증 샷을 하니 이 나이에 연인처럼 보여 겸연쩍고 쑥스러웠다.
입장시간에 맞춰 박물관에 들어서니 해설사는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으며 인사한다. 4층부터 내려오면서 관람해야 수월하다며 엘리베이터로 4층으로 인도한다. 양산의 문화를 알 수 있는 역사 실은 토기가 가지런히 정리되어 양산의 뿌리를 보여준다. 왕의 명령이나 공문서를 전달하기 위해 마련한 역(驛)이 있던 곳이 양산이다. 그래서 이 곳은 예로부터 사통팔달 교통의 중심지였다. 3층에는 양산에 관련된 인물들과 화려한 금속유물 다양한 기형의 토기를 볼 수 있다. 고향의 봄노래를 지은 이원수도 이곳 양산출신이라는 걸 알고 반가웠다. 일행은 이른 점심을 하기 위해 가까이 있는 진송추어탕 집을 찾았다. 한 테이블씩 앉기가 바쁘게 주인은 뜨거운 탕을 한 그릇씩 안긴다. 맛을 보니 진국이다. 잘 먹는 건 나뿐만 아니라 옆자리 친구도 맛에 취했는지 바삐 숟가락을 놀린다. 미꾸라지 튀김까지 한 접시씩 안기니 흡족한 표정들이다. 점심식사를 위해 애써준 책임과장의 배려가 고맙다. 커피까지 폼 나게 잘 마신 노인학생들은 차에 올라 기분이 좋은 얼굴들이다. 인원을 점검하고 안전벨트를 하니 버스는 울산대나무 숲을 가기 위해 고속도로에 진입한다. 서 울산으로 빠져나와 대나무 숲을 만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태화강 강변에 자리 잡은 십리 길 대나무 숲을 찾았다. 이 곳은 도심 속의 푸르름을 제공하고 있는 울산시민의 안락한 휴식공간이다. 기다리던 해설사와 인사를 나누고 함께 십리 길을 걷기 시작한다. 노인학생들은 원기를 회복했는지 힘든 분들은 쉬고 계시라는 권유에도 불구하고 잘 걷는다. 푸른 대나무 사이로 보이는 건너편 노란국화가 한 폭의 아름다운동양화 같다. 멋진 모습으로 연출하여 사진을 찍고 삼삼오오 짝을 지어 추억을 만드는 친구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십리 길의 회귀점을 다 돌은 일행은 오던 길을 버리고 국화 밭과 억새와 갈대숲을 지난다. 노오랗게 피어 있는 국화밭과 하천 둑에 하얗게 흩날리는 억새와 개울 건너 갈대를 보고 감탄사를 연발한다. 억새꽃은 석양을 등지고 서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 건너편 대나무 기둥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이 눈부시다.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발걸음은 점점 느려진다. 책임과장과 조교는 노인학생들을 잃어버릴까봐 내색은 안하고 있지만 무척이나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젊음은 인생의 한 시기가 아니고 마음의 상태이다······ 어떤 사람도 단지 여러 해를 살았다고 해서 늙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단지 자기들의 이상을 버림으로 늙는다. 긴 세월은 피부를 주름지게 하지만, 그러나 열정을 버리면 영혼에 주름이 진다.”
위의 시구는 미국 시인 S. 율먼의 시, ·「젊음」의 서두에서 인용한 것이다.
몸은 비록 늙어 가더라도 마음 상태만 늘 젊게 가지면, 그 사람은 늙지 않는다는 것이 이 시인의 생각이다.
부지런히 걷던 노인학생들은 버스로 돌아와 힘에 부쳐 고단한 모습들이다. 책임과장이 다음 행선지를 알리니 버스는 어느새 울산시내를 빠져 나와 반구대 암각화가 있는 박물관 앞에 우리를 내려놓는다. 암각화 박물관에서 대곡천 하류로 약1.2Km 지점의 바위절벽에 반구대암각화가 새겨져 있다. 신석기 시대의 암각화에는 바다동물인 고래, 거북, 물개, 물새, 상어, 물고기 등과 육지동물인 호랑이, 표범, 멧돼지, 사슴, 늑대, 여우, 너구리 등 약20여종의 동물들이 확인된다. 그리고 수렵어로의 도구인 배, 작살, 그물등과 사람의 전신상, 얼굴 등이 상형문자인 그림으로 새겨져 있다. 우리 일행은 암각화를 좀 더 가까이서 보기위해 대곡마을 지나 아름답게 단풍이 물든 대곡 천 둑 잔도를 걸었다. 망원경을 통해 암각화현장을 보니 전문지식이 부족해서인지 박물관에서 들은 것을 제대로 볼 수 없다. 옆을 보니 전에 이웃에 살았던 두 분 내외의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여 사진을 찍어 드리고 발길을 되돌렸다. 해가 저물어 가니 마음도 바쁘다. 어둠이 깔리고 소풍을 끝낸 일행은 출발점으로 되돌아간다. 차가 출발하니 차내가 조용하다. 이 나이에 소풍가방을 메고 다녔으니 얼마나 행복한가? 그리고 이 많은 사람들이 노년에 내 친구가 되어 주었으니 얼마나 고마운가? 노년의 학생들은 피곤함도 잊은 채 옆 사람과 정다운 대화를 나누며 기쁜 얼굴들이다. 이 과정을 개설하여 활기찬 노년으로 살아가도록 배움의 기회를 마련해준 고신대학 측에도 감사를 드리고 싶다.
고신Active-aging(활기찬 노년)아카데미를 통해 노년에 배운다는 호기심과 친구들을 사귄다는 기쁨이 칠십 중반인 나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지금 죽으면 여한이 남을 것 같은,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은, 이 허기는 대체 무엇일까? 칠십 중반 이 나이에도 다시 싹을 띄우고 꽃을 피우고 싶은 이 미련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2017.11.13. 송암 현용선)